모두를 위한 해양 리터러시

우리가 원하는 바다에 필요한 과학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숲의 거대한 나무. 인간은 거대한 나무와 숲을 가치 있게 여기곤 한다. 출처: Carol M. Highsmith/flickr [CC BY 2.0]

바다의 내재적 가치

생태계 서비스 개념은 인간 사회에 대한 생태계의 기여를 압축적으로 개념화하고, 실제 정책 집행의 영역에서 자연의 가치를 주류 정치와 경제의 언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 서비스 개념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점에 대한 비판 또한 존재한다. 가장 본질적인 한계는, 생태계 서비스 개념은 자연의 많은 속성 중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여 생태계와 생물체들이 그 자체로 가진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이 가진 내재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관적인 내재적 가치

자연의 내재적 가치는 사람과의 관계 이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본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주관적 인식이란 개인적인 기억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역사문화적인 것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생태계 서비스 개념과는 달리 자연을 서비스 제공자로서 보지는 않으나, 인간의 가치 평가에 따라 생태계 구성요소가 갖는 가치 또한 달라진다. 예컨대 많은 이들은 미생물이나 사막보다는 거대한 동물이나 울창한 오래된 숲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주관적인 본연적 가치라는 면에서는 거대동물이나 숲이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이다.

울산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의 모습. 저 돌고래는 그 자체로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출처: Shutterstock

객관적인 내재적 가치

자연이 가진 가치는 사람의 평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본연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많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갖는 가치의 속성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 개개인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무결하게 그 가치로 존엄성과 가치를 갖는 존재이듯, 생태계와 생물체들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연의 가치를 인식할 수는 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가치가 사람의 인식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자연이 인간의 필요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은 얼핏 보기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가 생태계에 미쳐온 큰 영향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결과적으로 인간이 생태계에 대해 갖는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인간과 생태계가 맺는 또다른 형태의 관계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간은 생태계의 구성원 중 하나이나, 그 어떤 생물종보다 환경을 변화시키는 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인간 사회의 필요에 따라 지구의 기본적인 환경을 크게 변화시켜왔다. 만일 생태계가 내재적인 가치를 갖는다면, 인간 사회는 이러한 영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계가 주는 이득뿐 아니라 그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바다사자가 모여있는 모습 ⓒ 유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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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insic Value, Ecology, and Conservation